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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만물동일체(萬物同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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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사제간의 이야기>

만물과 동일체인 스승님은 모든 중생의 기쁨과 슬픔을 똑같이 느끼시며 아무리 작은 중생의 아픔도 못 보신다. 다음의 일화를 통해 일상 중에 자연스레 나타난 성인의 애정 어린 세심한 보살핌과 무한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장작 속의 작은 생명까지

시후 센터 주위의 산림에는 죽은 나무와 마른 나뭇가지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끓이고 밥을 할 때 가스는 거의 쓰지 않고 불을 지피곤 했다. 어느 날 스승님은 한 장주가 장작불을 지피자 바로 달려와 불속에서 나무를 끄집어내라고 말씀하셨다. “어찌 이리 조심성이 없나요? 불 피우기 전엔 반드시 나무 속에 벌레나 작은 생물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말했잖아요. 특히 개미는 대나무나 나무 구멍에 숨는 걸 좋아하니 각별히 주의하세요.”

스승님은 중생들이 불속에서 고통스러워하자 바로 그 고통을 느끼셨던 것이다.


다섯 번째 제자

스승님이 예전에 머무셨던 감나무 정원의 감이 붉게 익어 가자 스승님은 제자들에게 감을 따라고 하시면서도 “다 따지 말고 몇 개는 새들을 위해 남겨 두라.”고 특별히 당부하셨다. 새들은 우리 주방에도 자주 찾아왔는데, 스승님은 우리에게 매일 새들에게 줄 신선한 물 한 사발과 쌀밥을 조금씩 준비해 두라고 지시하셨다.

스승님이 시후에 계실 때 한번은 “석가모니불에겐 비구, 비구니, 남자 재가자, 여자 재가자 등 네 무리의 제자가 있었지만, 나에겐 다섯 종류의 제자가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다섯 번째 제자는 바로 수시로 찾아오는 새들과 떠돌이 개, 풀을 뜯어먹으러 종종 담을 넘어오는 이웃의 소와 양, 닭과 같은 동물들이었다.

사람들만 스승님 곁에 붙어 있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동물들도 스승님을 보면 좋아해서 스승님이 각국을 다니시며 강연하시거나 잠깐씩 그 지역에 머무실 때면 이 ‘다섯 번째 제자들’이 스승님을 찾아와 딱 붙어 떨어지지 않곤 했다.


간절한 외침에 응답하시다

어느 날 스승님과 우리는 시후 센터 근처의 산에서 이야기하고 웃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스승님이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셔서 우리도 덩달아 모두 멈춰 섰다. 스승님은 대나무 지팡이로 가볍게 땅을 두드리시며 뒤에 있던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조심해요. 여기 나비가 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비는 길 한가운데 앉아 꼼짝도 안 하고 있었는데, 만물과 동일체이신 스승님과 마주쳐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 ‘눈먼 코끼리 떼’에게 짓밟혀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하루는 산을 거닐던 스승님이 갑자기 그 자리에 없던 장주의 이름을 부르셨다. 나중에 이 일을 그 장주에게 알려 주자 그녀는 그제야 상황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원래 그녀는 텐트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승님께 도와 달라고 기도했는데, 스승님이 그녀의 이름을 부른 순간 위험한 고비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천리만리도 듣는 스승님

한번은 스승님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고 나는 바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콸콸 물이 흐르는 와중에 나는 조그맣게 대중가요를 흥얼거렸는데, 물소리 때문에 내 노랫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멀리 부엌에서 스승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불은 안 외우고 엉터리 노래나 부르고 있다니!” 나는 그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 먼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스승님의 귀는 두렵기 짝이 없다!

사람들마다 각자 고유한 진동과 자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승님께 입문한 후에는 우리가 떠올리는 사소한 생각이 방출하는 ‘뇌파’도 스승님께 불편을 끼친다. 스승님은 마치 거대한 수신기처럼 늘 온갖 방향에서 오는 신호를 수신하신다. 그래서 스승님 곁에 있으면서 잠시라도 우리의 마음이 도(道)에서 벗어나면 스승님께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승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면의 소리는 우리를 더 높은 세계로 데려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든 면에서 발전할 것입니다. 우리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더욱 분명히 이해할 것이며, 마침내 우주의 그 어떤 구석도 모두 보게 됩니다. 그때는 이미 만물동일체가 되어 그 어떤 중생과도 소통할 수 있습니다.” (칭하이 무상사/ 1993. 10. 18. 일본. 원문 중국어. 비디오 No. 382)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관음법문을 수행하면 우리 각자가 ‘만물동일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수정세계의 밤

어느 날 밤, 스승님은 시후에 있는 유리집 앞에서 [나르빠 수행 이야기]를 읽어 주시기로 했다. 우리는 스승님의 테이블 위에 놓인 두꺼운 영문판 정장본을 보고 오늘도 근사한 밤을 보내게 되리란 걸 알았다! 평상시 스승님은 이야기를 읽어 주실 때 사전을 찾는 일이 매우 드물었는데, 그날 밤은 특별히 시자에게 사전을 가져오도록 지시하셨다. 그 책은 밀교 경전을 번역한 책이라 전문 용어가 많아서 스승님은 우리에게 책을 읽어 주시기 전에 미리 번역해 보시는 등 매우 신경을 써 주셨다. 나르빠는 티베트의 위대한 요기인 밀라레빠의 스승으로 구도 당시 온갖 굴욕과 시험을 거쳤는데, 스승님의 뛰어난 이야기 솜씨로 이 전기집은 원본보다 수천 배나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절정으로 치달았고, 우리 마음은 모두 고대 티베트를 떠돌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스승님이 이야기를 마치셨을 때는 밤도 한참 깊어 밤이슬이 촉촉이 내려 있었다. 스승님은 모두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건네신 후 다시 유리집에 들어가 계속 책을 읽으셨다. 사면이 모두 큰 유리로 되어 있어 ‘유리집’이란 이름이 붙은 이 작은 건물의 창에는 이슬이 방울방울 수없이 맺혀 있었다. 거기에다 스승님의 가냘픈 형체를 아련하게 비추는 스탠드의 불빛이 금빛으로 은은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수정세계에나 나올 법한 꿈결같이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세 번째 이야기*
쉼 없이 일하시는 스승님

스승님은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밤이 되어 만물이 정적 속에 잠자고 떠들썩한 분위기도 차츰 가라앉고 모두들 꿈나라로 갈 때 성인은 또 다른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스승님께서 한 여자 장주에게 당신 방에 와서 자라고 이르셨다. 다음날 그 사저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어서 모두들 궁금해했다. 알고 보니, 스승님이 전날 밤 그녀에게 많은 일을 지시하셨는데, 그 내용들을 떠올리느라 그런 것이었다. 우리가 왜 필기구를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자러 가는데 필기구가 필요할 줄 누가 알았겠어?” 하고 대답했다. 그 일 이후, 우리는 스승님이 주무시러 간다고 말씀은 하셔도 실은 주무시지 않고 쉼 없이 밤새도록 일을 계속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93년 세계 순회강연을 위해 포모사를 떠나시기에 앞서 스승님은 타이베이 국부기념관에서 훌륭한 강연을 하시며 포모사 사람들의 사랑과 갈망을 들어주셨다. 강연 전날 밤 스승님은 갑자기 시후의 보물정에 보관되어 있던 [장자]가 필요하단 전갈을 보내셨다. 말씀을 전해 온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그 책을 찾아 타이베이로 보내 달라고 했다. 다음날, 스승님의 강연 주제는 ‘노장(老莊)과 천상의 음악’이었다. 그후 스승님은 인도네시아에 가셨을 때도 노장에 관한 주제로 말씀을 계속하셨다. 스승님과 있을 때는 이렇게 즉흥적인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또 언젠가 밤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내가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자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참에 전화벨이 울렸다. 티베트의 게룩파를 창시한 쫑카파 스승에 대한 책을 찾는 스승님의 전화였는데, 시계를 보니 한밤중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그 시간에도 스승님이 아직 책을 읽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자 내 졸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 번째 이야기*
스승님의 노트

한번은 스승님의 책장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작은 루스리프 노트 한 권이 내 눈길을 끌었다. 아무렇게나 노트를 펼쳐 보니 스승님의 우아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몇 줄만 보는데도 너무나 강력한 힘이 느껴져 감히 자세히 읽을 생각을 못 하고 황급히 노트를 덮었다. 그 노트는 정말 소박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은 쓰는 사람도 별로 없는 그런 노트였는데도 스승님은 귀중한 영감을 기록하는 데 사용하셨다.

스승님은 정말 단순한 분이시다. 그러나 우리 제자들은 오히려 너무 복잡하고 부자연스러워 스승님을 보필할 때 스승님께서 필요한 것들을 종종 놓치곤 한다. 한동안 대중 강연을 하실 때 스승님은 휴지를 뽑아서는 그것을 일러 ‘지혜 주머니’라고 농담하신 적이 있었다. 사실은 우리가 스승님께 노트를 드리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밤에 영감이 떠오르면 스승님은 휴지에 적어 두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시로 영감을 기록하기 위해 스승님의 침대 옆에는 언제라도 글을 적을 수 있도록 조그만 손전등이 준비되어 있다.

어느 날 스승님께서 우리 사무실을 들르셨다가 내 책상에 놓인 노란색 포스트잇을 보시고는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마냥 기뻐하시곤 갖고 가셨는데, 나중에 외국에 나가실 때도 갖고 나가셨다. 이 편리한 포스트잇이 사무실에서 사용된 지는 제법 오래되었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스승님께 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스승님이야말로 가장 필요하신 분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또 스승님 방에 달력을 두는 것도 잊곤 해서, 스승님은 종종 전화로 오늘이 며칠인지 물으셔야만 했다. 스승님은 천의나 천상의 보석, 만세등을 디자인하실 때도 겨우 몇 가지 색의 펜으로만 사용하시고 수정액도 없기 일쑤였지만,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도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변변찮은 도구를 사용하시곤 하셨다. 우리는 온갖 색깔의 펜들을 갖고서도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반면, 위대한 디자이너인 스승님은 단지 몇 가지 색만으로도 온 우주를 그려 내신다!

*다섯 번째 이야기*
재미있는 우리 스승님

어느 날 오후, 시후는 마치 비가 올락 말락 무덥고 우중충했다. 그 와중에 우리들은 조용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스승님의 주방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여자 장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곧이어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와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웃음소리가 난다는 건 아무 일 없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은 스승님이 누군가에게 폭죽을 몇 발 쏘시게 하고는 “폭발 소리에 무서웠는지” 우리에게 물어보라고 시키신 것이었다. 장난기 많은 스승님 덕분에 우리는 모두 유쾌한 마음이 들어 음침한 분위기를 일시에 날려 버렸다!

- 뉴스잡지 136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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