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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항상 청정한 생각을 유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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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나는 플로리다 센터에서 열린 스승님의 생신 겸 어머니날 경축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틀간의 행사가 끝난 후에도 많은 동수들이 남아 있자 자비로우신 스승님 역시 계속 머무르시며 수시로 우리를 보러 오시고 법문도 해주셨다.

경축행사가 끝난 다음날 오후 스승님의 말씀을 들은 후 의무실을 지나고 있을 때, 한국 동수 한 명이 갑자기 내게 다가와 한국 사저 한 명이 몹시 아파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내가 의사라고 알려줘서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 사저는 너무 아파서 걸을 수조차 없었는데, 그녀 남편의 말을 들으니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즉시 의무실 캐비닛을 샅샅이 뒤지며 필요한 약을 찾아보았지만 아스피린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서 나는 텐트로 달려가 준비해 온 의료 기구를 가지고 그 한국 동수를 따라 아픈 사저에게 왕진하러 갔다.

당시 그 사저는 열이 높은 데다 온몸이 다 아팠다. 통역에 따르면 그녀는 전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협심증(심장 박동 시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흉부 통증) 증세를 보여 다른 내과의 동수가 혀 아래에 니트로글리세린(협심증에 대한 일반 처방)을 투약하고 주사도 놓아 주었다. 한 한의사 동수도 침과 부항으로 치료해 주었다. 동수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그 사저의 가슴 통증은 한층 누그러졌다. 그러나 다음날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서 약을 먹어도 고통이 경감되지 않았다. 그후 그녀는 자신에게 홍반성 낭창(면역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염증)이 있다고 털어놓았고, 그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그녀에게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추가 검진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또 치료를 계속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찬물로 목욕하지 말라고 일렀다. 나는 미국의 병원에서 치러야 할 거액의 치료비와 언어 장벽을 생각하니 이 사저가 몹시 걱정되었다. 당시 우리로선 스승님께 기도를 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께 도움을 청하면서 나의 ‘무지’가 일어나 마음속으로 불평을 하게 되었다. ‘이 사저는 성심으로 당신을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이처럼 아프도록 하실 수 있나요? 더구나 여긴 센터잖아요!’ 나는 모든 책임을 스승님께 돌리며 사실상 우리가 스승님께 무수한 업장을 지워 드리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심지어 나는 스승님께서 과연 그녀가 아프다는 걸 알고 계실까 하는 의구심마저 품었다.

치료를 마치고 주방으로 가서 바삐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스승님께서 내 쪽으로 걸어시는 것이 보였다. 오, 세상에! 그 순간 좀 전에 스승님께 했던 불평과 의심을 떠올리니 정말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에 나는 스승님께 가까이 가기를 열망했지만, 결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삼일 내내 빨지 않은 낡은 바지를 입고 반쯤 먹다 만 빵과 원추형 모양의 컵을 손에 든 채였으니 말이다. 나는 그것들을 식탁에 내려놓지도 못한 채 현행범으로 붙잡힌 심정으로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스승님은 지나가시며 뭐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귀에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부분밖에 들리지 않았다. 당시 내 상태를 정확히 반영한 말씀이었다.

나는 부끄러웠지만 허기를 채우는 일도 중요했기에 빵을 하나 더 집어 들고 자리를 찾아 앉아 스승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법문 도중 스승님은 가끔씩 찬물로 샤워하는 것은 해롭지 않으며 그후 몸을 앞뒤로 일광욕시켜 주면 원기를 보충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은 스승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 넘쳤다. 스승님은 모든 일을 서슴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처리하셔서 그야말로 ‘창조의 일부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나의 수행이 부족한 탓에 그런 사소한 문제를 친히 가르쳐 주시도록 번거로움을 끼친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다음날 새벽 4시, 내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결지에 도착했을 때 아팠던 한국 사저와 그녀의 남편이 내게 다가왔다. 정말 믿어지지 않게도 그 사저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신실함과 스승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스승님의 힘이 그녀를 낫도록 도운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자신의 회복을 알려 나의 걱정을 덜어 주려고 이렇게 이른 새벽에 나온 그 사저의 사려 깊음에 다시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번 경험으로 나는 이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이나 행동에서뿐 아니라 내면의 생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혹시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우리를 속이는 두뇌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동수들이 항상 신구의의 청정함을 유지하여 스승님께 더 이상의 문제와 짐을 드리지 않기를 기도드린다. 스승님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것들을 주시지 않았는가!

- 뉴스잡지 13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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