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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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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날 오후, 낯선 거리로 갔네.

메마른 나무 위로 눈발이 날렸고,

길가의 집들은 무덤처럼 고요히 누워 있었지.

창백한 가로등은 지친듯 망연히 서 있을 뿐.


텅 빈 공원을 거닐 때, 부서진 마음 속으로 바람이 불어왔네

겨울 풍경 속에 거만하게 서 있는 차가운 석상,

부와 명예를 좇는 이들을 안타까이 여기는 듯,

이 덧없는 꿈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가엾게 여기는 듯.



그날 오후 나 역시 열린 공간에 서서,

술렁이는 광경을 지켜보는 동상이 되고팠네

이상한 슬픔이 상심으로 가득한 마음 속으로 밀려들었네.

내가 느낀 자비는 나를 위한 것일까,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 1979년 3월 4일 뮌헨에서, 칭하이 무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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