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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반쪽 피해자인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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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9월 22일 스승님과 추석명절을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9월 21일 포모사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지진으로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위츠 산악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칠흑 같은 어둠과 완전한 정적 속에서 언덕 아래로 바위들이 구르고 산사태가 난 흙더미 위로 나무들이 떨어지는 소리를 이따금 들을 수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이처럼 일순간에 재난을 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게다가 난 아직 스승님을 만나 뵙지도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무상하다'는 것의 의미가 '때를 놓쳤다'는 것의 의미임을 알았다.

일생에서 가장 길었던 밤을 지새운 뒤 날이 밝자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삽이나 곡괭이 등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연장을 총동원해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근처에서 산길 하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식수와 전력공급이 차단되고 통신체계가 망가진 상태였다. 점차로 우리는 인적이 끊긴 곳에 갇혔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괜찮아.' 나는 생각했다.'우선 휴식부터 취하자!' 꿈결에 오토바이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한 동수가 재난구호에 대한 스승님의 지시와 배려를 전하려고 충싱 신(新)마을에서 위츠와 풀리까지 먼길을 달려온 것이었다. '스승님'이란 말에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고동쳤다.

나중에 구조작업을 하면서 나는 힘들 때마다 스승님의 지시사항을 떠올리곤 하였다. '스승님께서 재난구조에 온 힘을 기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다시금 힘이 나곤 하였다. 길이 얼마나 험하고 밤이 얼마나 깊든 나는 구조작업이 늦어질새라 잠시도 늑장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면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 새 힘이 솟으며 마음이 훈훈해지곤 했다! 스승님이 바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단지 그분의 도구였다. 스승님과 하나된 느낌은 정말 너무도 근사했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구조작업을 하는 중에 정말 감동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날 저녁 9시였다. 한 남자가 라디오에서 재난소식을 듣고 혼자 밖으로 나가 식수와 빵, 일회용 식기 등을 구입한 뒤 구호식량을 가져다주러 치아이에서 풀리까지 차를 몰고 온 것이다. 길은 멀고 도로는 매우 험했다.

나는 그의 열정과 희생정신에 정말 감동하였다! 나는 그가 구호식량을 나눠줄 수 있도록 재난민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약간 부끄러운 듯 한 나이든 여인이 내게 물었다. "혹시 채식빵도 가지고 계신가요? 난 채식주의자예요." 그의 질문에 나는 '신이 모든 것을 돌보신다'는 말을 퍼뜩 떠올렸다. 바로 내 손에 채식빵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재난을 당한 순간에도 그 여인은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품위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 여인이 성자가 아니면 누구일까?

- 뉴스잡지 10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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